나의 2020년 (자유주제)결심했어. 고급지게 살기로!

서용****
2020-12-19
조회수 143

결심했어. 고급지게 살기로!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큰 아들 비둘기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저는 오늘부터 고급진 삶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지하철 근처나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소모적인 삶을 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1년에 두 번하는 목욕도 매일 할 거예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빠 비둘기가 말했다. “무슨 계기가 있는 거냐? 너가 이런 말을 하는데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아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버지의 눈을 보았다.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조용히 말했다. “비둘기는 지저분하다고 소개팅이 안 들어와요. 연애하고 싶어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무얼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젊었던 1980년대에 비둘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우주를 위협했다. 우리의 이름을 따서 기차도 생기고 생필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도 키웠다.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개막실을 하면서 아버지와 친구들이 새하얀 털을 뽐내며 서울 하늘을 누볐을 때다. 그때 세계 언론에서는 아버지를 ‘평화’의 상징이라 말했다.


 과거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상은 평화보다 돈을 추구했다. 돈을 더 벌 수 있으면 양심, 안전, 생명, 사랑은 쉽게 무시되었다. 평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화에 관심이 없으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행사도 많이 줄어서 예전에는 쳐다보지 않았던 도심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주워서 먹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정이 어려운 친구들은 누군가 길바닥에 토한 음식을 먹겠다고 다투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니 젊은 비둘기의 삶은 더욱 비참했다. 좋은 일자리도 없고 지저분하다고 연애도 못했다. 분노가 쌓이는데 풀 데가 없어서 지하철 근처에서 여성을 상대로 놀리는 일만 하였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가장 큰 문제는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큰 아들 비둘기를 중심으로 젊은 비둘기 연합이 부영 아파트 옥상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논의 사항은 간단했다. “고급진 삶.” 억눌려 있던 욕망을 건드리니 젊은 비둘기들은 환호성과 큰 외침으로 화답했다. 큰 아들 비둘기는 말했다. “여러분. 우리가 불과 20년 전만 해도 가장 부유하고 부강한 민족임을 아셨나요? 이탈리아 명품 양복과 같은 흰 털을 휘날리며 비행을 하면 전 세계 기자들이 서로 취재하겠다고 난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지저분하고 더럽고 냄새가 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암컷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이게 다 무엇 때문인지 아시나요? 바로 외국에서 오는 철새들 때문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졌습니다. 이제 그들을 우리 땅에 오지 못하게 큰 벽을 세웁시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킵시다.” 큰 아들의 연설에 젊은 비둘기들은 빨간 색 물감을 얼굴에 바르며 벽을 쌓기 시작했다. 넓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 벽은 큰 아들의 이름을 따서 두럼프 장벽이라 불렀다.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