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12살 생일을 맞은 딸에게 (아들러심리학을 읽는 밤)

yhg0****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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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아, 최근에 아빠가 책을 하나 읽었는데 네 생각이 나서 편지를 쓴다.

책 제목은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아들러’는 사람 이름이고,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이고 심리학자야. 쉽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연구해서 마음이 병든 사람들, 예를 들어 우울증이 심한 사람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좀 더 생기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그러고 보니 아빠가 하는 일이랑 비슷하다. 아무튼 작가는 이 ‘아들러의 심리학’을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작가는 첫 장에서 49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해. 뇌경색이라는 병에 걸려 점점 의식을 잃고 죽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혼자 이런 생각을 하지. “대체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토록 꿈쩍도 못하고 하물며 완전히 의식을 잃게 된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림아, 네가 며칠 전 친구랑 떡볶이 집에서 벽에 쓰인 ‘인생은 짧고 떡볶이는 길다’라는 글을 보며 슬펐다는 말을 했잖아. 그때 ‘인생이 짧다’는 말에 왠지 눈물이 났다고. 갬성이 넘치는 우림이^^ 떡볶이 집에서도 인생을 논하다니… 그래 우리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는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묻는 거야.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짧은 인생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작가는 그 답을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찾은 것 같아. 그 중에서 아빠가 인생의 행복을 위한 세가지 방법을 정리한 내용이 기억에 남아 너에게 소개해 주고 싶네.


첫째,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 

더 나은 ‘내’가 되어야 더 보람되고 이전보다 행복해진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 사실 아빠도 그래. 어제보다 더 발전되고 성숙해지는 ‘내’가 되어야만 인생을 잘 산 것이라고, 그래야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아들러는 더 나은 ‘내’가 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라고 말해. 더 이상 공부하지도 말고 자기계발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남에게 잘 보이려고 어떤 훌륭한 사람을 흉내 내려는 노력을 멈추라는 거지. 지금 나의 모습이 비록 불완전하고 때로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그것 자체도 나의 모습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거야. 이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첫번째 단계.


둘째, 다른 사람을 처음부터 의심하기 보다 믿도록 노력해야 해. 

우림아, 요즘 뉴스를 보면 너무나 잔인한 일들이 많지. 특히 무서운 범죄가 평소 잘 알고 친한 사람들을 통해 발생하는 것을 보며 이 세상에 정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라고 보면 이 세상은 정말 불행할 거야. 무인도에 가서 살아야겠지. 하지만 실제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아. 아빠도 그 동안 살아온 삶을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어.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기 보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적이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것 같아. 앞으로 너의 인생에서 너를 괴롭히고 해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 그 생각을 하니 아빠가 마음이 벌써부터 아파오네. 하지만 그런 나쁜 경험 때문에 이 세상은 위험한 곳이고, 사람들을 모두 적대시 하는 건 지혜롭지 못해. 아니 네가 행복하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너를 사랑해 주고 너를 도우려는 주위 사람들이 훨씬 많이 있는데 그들을 만날 기회 조차 없어져 버리니. 우림아, 너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주위 사람들을 먼저 손 내미는 용기를 가져 보렴.


셋째,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때 참 행복을 느껴. 

우리 미국에 살았을 때 엄마가 몸이 아파 너랑 한국으로 치료받으러 갔을 때, 아빠 혼자 잭슨빌에서 4개월 혼자 지낸 적 있지. 그러다 넉 달 만에 애틀란타 공항에서 다시 만났을 때 기억나? 네가 뛰어와 아빠에게 안기고 한참 울었던 거. 아빠는 지금도 생생하다. 우림이와 엄마의 존재 자체가 아빠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었는지 그 넉 달이라는 시간을 통해 깨달았어. 그런데 이것은 꼭 가족들에게만 그런 건 아니야. 네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기쁨을 준다면 오히려 그것이 너를 행복하게 할거야. 아빠는 우림이가 친구를 인정해 주고,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친구들을 위해 공헌하는 자세를 배우면 좋겠어. 그럼 네가 말한대로 짧은 인생에서 행복을 경험하게 될거야.


그런데 이 세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라고 해야 하나, 또는 팁이라고 해야 하나. 아들러는 이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강조해.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많은 경우 과거의 경험 혹은 환경이 오늘 나의 생각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트라우마라는 말 들어봤지?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어른이 되어도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 자체도 배우지 않는 경우, 우리는 보통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말해. 하지만 아들러는 단호하게 “트라우마는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해. 과거의 경험 때문에 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수영을 배우지 않는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핑계 대며 그것을 피한다는 말이야. 오히려 반대로 ‘내가 어렸을 때 물에 빠진 경험이 있으니 꼭 수영을 배워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지’ 우리는 충분히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일리 있지 않아?


우림아, 어떤 경험을 겪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심지어 좋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도 네가 얼마든지 그것을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도구와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그러니 용기를 가져. 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도 다가가렴. 12년 동안 잘 커줘서 고맙고, 우림이가 아빠 곁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사랑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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