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20년 (자유주제)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1.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

고 실제로 나는 고백했다. 11월 12일 Zoom을 통해서 열린 즉흥공감극장을 관람하던 나는 배우와의 소통 시간에 이렇게 고백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후 휴직을 하게 되었고, 휴직하는 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 그림도 그리고, 독서 모임도 하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여전히 우울한 순간들이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내가 잘 놀고 잘 쉬려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은 다시 일도 잘 하고 육아도 잘 하는 워킹맘을 위한 준비였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던 것은 아닌지, 쉬는 것 마저 잘 쉬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강박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2.

오랜만에 맞이하는 포근한 가을날이었다. 마음은 가을 소풍을 가자고 하는데, 나는 책 읽는 숙제를 해야 했다. 가을 풍경이 좋은 곳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바람대로 내가 할 일을 잘 성취했다고 생각했다.


늘 이런 식이었다. 나는 협상의 달인이었다. 마음은 늘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서는 결국 못 이기는 척 져주었는데, 잠들기 전 마음의 소리를 일기장에 기록하면서 살살 달래곤 했다. 글을 쓰는 동안 만큼은 마음에 집중하면서 진짜 나만의 언어로 활자화하는 것이 내가 마음을 다독거리는 유일한 행위였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다녀온 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거나 짧은 감상 한 줄만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챙기는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3.

나는 내 마음의 기쁨이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걸 하면 기쁨이가 기뻐하고 좋아하니까. 내 마음 속 슬픔이와 소심이, 버럭이, 까칠이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아무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그 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꽤 오래전부터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한 순간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되지? 마음을 돌본다는게 어떤 건지. 내 마음의 슬픔이와 소심이 버럭이 까칠이를 일으켜 다시 뛰어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을 표현하고 뛰어보고 거절해보고 소리질러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니 까마득한 것 같았다.


4.

내 마음을 내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는데, 그 틈을 타서 아이가 같이 종이인형 놀이를 하자고 한다. 종이인형 놀이를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인형에 옷을 바꿔 입히면서 아이는 놀이 자체에 몰입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아이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서 마음과 온전히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내 고민의 답을 찾은 듯 했다. 다시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되겠구나. 


5.

내 이야기를 들은 배우 분들은 저마다 각자의 언어로 내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하셨다. 화면 안에서 다양한 내 마음의 소리가 형상화되었다. 저마다 다른 몸짓이었지만 정말 그게 내 마음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때 한 배우 분이 아무 말씀 없이 조용히 두 손을 모으셨다. 두 손을 모아 햇빛을 받고 있는 동작이었는데 그 자세로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화면이 정지한 듯 고요한 순간, 두 손 가득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동작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나왔다.


마음을 비우자. 좋은 거, 예쁜 거 그만 집어넣고 마음을 비우자.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살 것 같았고, 몸도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다.

사회자분이 오늘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날이라고 하셨다. 정말 새로운 나로 탄생한 것 같았다.


6.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를 읽으면서 한 줄 한 줄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몰입하면서 읽었다. "나는 그게 행복을 위한 노력인 줄 알았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면서"라는 문장 그대로 내 상황이었다.


132쪽. 결국 어디서 살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을 결정하는 건 자기 인생을 대하는 태도다.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무엇인지, 자기 삶의 어느 부분에서 욕심과 집착을 덜어내야 할지 아는 것.


243쪽. 마음챙김은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자기의식, 생각, 정신, 마음 상태를 다루는 걸 말해요.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있어'라고 했을 때, '걱정하지 마'라고 문을 닫아버리는 게 아니라, 무슨 걱정인지에 관심을 갖는 거죠. 단, 그것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그 어떤 판단도 해선 안 돼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도 말아야 해요. 그냥 있는 그대로 품고 바라보고 흘러가길 기다리는 거죠.


7.

일기장을 펼쳐본다.

두 손을 살며시 모아본다.

딱 요만큼, 내 마음에게 딱 요 만큼의 비어있음을 만들어주자.

"lianzhu, 마음의 그릇을 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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