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습관방) - 자유서평 기록들

<2차>나만의 한 끗을 찾아서

김수진
2020-05-30
조회수 1379

<시그니처 >  이항심 지음  다산북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으신지요?

저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 꼭 보는 채널이 있습니다. “정리왕 썬더이대표”라는 채널이죠. 정리하는 사람의 개념을 가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공간크리에이터라고 명명하고, 번개처럼 빠르다고 해서 썬더이라고 별명을 붙였네요. 이대표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실직을 당해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누구보다 정리정돈은 자신이 있어 (주)우리집공간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차립니다. 지금은 대구와 서울에 직영점을 두고 있는 사장님이십니다.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고 역할에 맞는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버리면 마술처럼 어수선한 공간이 말끔히 정리됩니다. 제 하루가 말끔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매일 보게 됩니다. 자신의 특기인 정리정돈과 유튜브에 어울리는 어여쁜 외모와 애교 섞인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며 자신만의 강점을 뿜뿜 드러냅니다. 친정언니와 같은 마음으로 공간을 정리해준다 하니 저도 한번 의뢰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합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직장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만약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발견했습니다. ‘시그니처. 불확실한 시대, 일의 미래와 의미에 대해 심리학자가 답하다’.라는 책표지에 이끌려 구매했죠. 심리학자라면 뭔가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해줄 것 같아서요.

 

저자 이항심님은 국내의 진로심리학 및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진로심리 전문가입니다. 미국에서 진로심리를 연구하며 2017년 한국에 들어와 한국 사회가 유난히 일에 대한 개인의 불안도가 크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다움을 찾는 일, 즉 '시그니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이 책 한 권에 담았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시그니처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말합니다.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자기다움 중에서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강점이죠.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일의 지형변화와 함께 잦은 이직과 퇴사 열풍, 미래의 내 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미래에 시그니쳐를 살리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각자의 답을 얻어가길 바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2부에서는 작가가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를 멘토링하고 지원해온 벤처캐피털리스트 12인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7가지 심리 자산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심리학 이론과 다양한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기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심리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소개합니다. 

3부에서는 일을 통해 자기다움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터와 환경에 대해 알려줍니다. 리더와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시그니처를 꽃피우기 위해 각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합니다.

4부에서는 시그니처를 확장할 수 있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나’를 넘어 ‘나의 확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시그니처의 시작은 나의 가장 깊숙한 내면에서 비롯되지만, 시그니처의 완성은 역설적이게도 ‘나의 일’의 경계를 넘어 외부와의 연결과 확장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바쁜 일사에 쫓겨 우리도 모르게 삶, 공동체, 자연으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켜 오지 않았는가. 시그니처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나의 일을 삶으로부터, 기계로부터, 공동체로부터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고 수용Acceptance하고 통합Integration하는 관점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수용과 통합의 A.I.의 관점을 통해 여러분의 시그니처가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특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구성이 굉장히 훌륭합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로 시작을 해서 이항심의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시로 끝맺음을 합니다. 1, 2, 3, 4부가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아주 깔끔합니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거기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갑니다. 마치 제가 상담을 받으며 질문하고 답하는 느낌이 듭니다. 기획부터 책이 나오기까지 공을 많이 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12명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서 친숙하고 생동감 있게 다가옵니다. 마치 12명의 위인전을 잘 분석해서 핵심을 정리해서 들려주는 느낌이랄까요. 셋째, 내용을 설명한 후 적절한 그림과 표로 정리해서 보여주므로 이해가 훨씬 잘 됩니다. 

                             

                                                                      

책을 읽은 제 느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미래에 대해 불안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도 되구요. 무지에서 오는 불안감이겠죠.

71쪽에 돈과 스펙보다 심리적 자산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자산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뜻한다고 합니다. 경제적 자산만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따라 자산의 개념이 더욱 확장되고 있고 시대 변화에 따른 자산의 유형을 알려줍니다.

                             

 불안감은 경제적인 면에서 기인하는 게 가장 크지 않나요? 저는 재정, 물질적인 자산만 너무 생각했고 사회적 자산을 만드는 기회를 너무 간과하고 살지 않았나 하고 반성이 되더라구요. 애 키운다, 살림한다, 직장생활 하느라 모임에는 잘 나가지 않았으니까요. 이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모임을 찾아봐야겠어요. 코로나 때문에 직접적인 모임은 힘들겠지만, 성장판 독서모임과 같은 온라인 모임에서 더 열심히 활동해보려구요.

둘째,‘시그니처’라는 책 제목이 너무 강렬하여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시그니처를 어떻게 찾지’라는 고민만 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책은 결국은 “심리자산”에 관한 심리학자의 이야기였더군요. 심리자산을 잘 활용하여 성공한 사람들과 심리자산이 꽃 피울 수 있는 일터와 환경에 관한 내용이죠. 나이가 쉰 가까이 되는 저는 이미 형성된 심리자산은 어쩔 수 없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어떻게 형성되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아 부모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4부에서 이야기한 시그니처를 확장하기 위한 마인드셋인 ‘수용하고 확장하라’는 저자의 말을 저는 벌써 실천하고 있네요.

이 책은 이직과 퇴사로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나에게 맞는 일을 하며 성공하고 싶은 직장인과 학생,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교육자나 부모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제 아이들과 남편도 꼭 읽었으면 해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직업을 찾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책의 장점을 하나 더한다면 2부에서는 하나의 장이 끝나면 ‘심리 자산 키우기’라는 문제들이 나와요. 꼭 교과서 같습니다. 4장 끝에 나오는 문제 중에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 동료, 멘토, 부모님 혹은 선생님에게 나의 강점을 물어보고 중복되는 키워드 3가지를 적어보세요.’가 있어요. 남편에게 물어보니 외모, 좋은 인상이라고 하네요. 물론 남편의 입장이고 빈말이기도 해요. 행여라도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저의 외모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알아보려고 하는 분은 없길 바래요. 딸에게 물어보니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먼저 사보고 사용해보고 주변에 알려주는 것이라네요. 이 두 가지를 조합해서 생각해보니 약사유튜버 어떨까요? 컴맹이면서 기계치인데 말이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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