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습관방) - 자유서평 기록들

<5차> 고전을 읽으면 천재가 된다

이태원댄싱머신
2020-07-11
조회수 700

리딩도 어렵고 리드는 더 어려운데 이 둘 다를 해내라는 당돌한 주장을 하는 책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다.




신비주의 서적 「시크릿」의 인문학 버전이다. 성공한다는 생각을 하면 성공한다. 건강하다는 생각을 하면 건강해진다는 게 「시크릿」의 주장인데, 이 책은 비슷하지만, 인문학 분야에 집중한다. 이지성은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인문학을 읽으면 뇌가 변해서 천재가 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구체적으로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1. 바보 또는 바보에 준하는 두뇌가 서서히 천재의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천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_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자기계발서 전문가인 이원석은 이 책을 아래와 같이 평가한다.


그는 인문 고전은 천재의 작품이므로 이를 탐독하면 뇌세포가 변화되어 천재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실로 간단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소박한 사이비 교육학적 주장이다.
 _이원석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대학교에서 몇 년 동안 인문학을 공부했으나 내가 왜 이렇게 똑똑한지 답을 찾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_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인문학을 많이 읽어서 천재가 된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인문학은 쓸 데 없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딱히 쓸 데는 없다.


인문학은 귀족의 일이다. 노예가 땀을 흘리면 그리스의 귀족은 토론을 했다. 노비가 마당을 쓸면 조선의 선비는 논어를 달달 외웠다.


아니다. 인문학은 귀족과 상관없다. 유럽의 왕은 책을 읽기는커녕 글자도 몰랐다. 마음에 안 들면 잡아 죽이고 정복했다. 아무데서나 바지를 내리고 똥을 쌌고 그 똥이 너무 많아지면 하이힐을 신었다.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성공한 경영자들은 대부분 그럴듯한 이론을 가져오는데, 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인문학을 읽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잘못되었다. 인문학을 공부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한 졸부가 스스로를 치장하기 위해 덕지덕지 인문학을 바르는 것이다. 비싼 미술품을 사기도 하고 최고경영자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인문학이라는 악세서리를 목에 거는 행위다.


아니다. 오히려 인문학은 성공에 방해된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인문계는 취업도 어렵다. 대통령* 말고는 할 게 없다. 


* 대한민국의 14대 대통령인 김영삼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청강생이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서울대학교에서 정식으로 그의 입학과 졸업을 인증했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장이라면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노동자의 급여를 줄이거나 복리후생비를 아껴야 한다. 직원급여(판)와 복리후생비(판)는 비용이며, 비용은 줄이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설프게 인문학을 읽다가 노동자를 사랑하기라도 한다면, 감정이입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류애와 평등, 노동권과 사회복지 운운하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상여를 지급하거나 노동시간을 줄이기라도 한다면 기업은 끝장이다.


그러니까 성공하고 싶다면 인문학은 최대한 기피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가려 읽어야 한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은 일생 동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논어」를 꼽는다. 5세부터 한학을 공부했다던 호암은 「논어」를 깊이 읽고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경영 철학을 완성시킨다. 바로 무노조경영이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깔끔하게 무시하는 삼성의 철학은, 비록 얼마 전에 금이 가기는 했지만, 인문학 경영의 본보기가 될만하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논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오히려 만족한다. ... 논어에는 내적 규범이 담겨 있다. 법은 행위의 사후에 작용하지만 내적 규범은 인간사회의 규율에 적대하는 행위의 발생을 미리 막는다. ...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영의 기술보다는 그 저류에 흐르는 기본적인 생각, 인간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
 _이병철 「호암자전」


그러고 보니, 이지성은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이라는 책도 썼다. 공부를 많이 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논어도 언급한다.


성공하기 위해서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는 것은 효율적인 선택이다. 성공과 경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한병철을 읽고 유발 하라리를 읽는 것도 좋다. 다만, 성공하기 위해서 인문학을 읽는 것만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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